비너스와 김치담그기- 이문재(문화체육부 부장)

Posted on October 23, 2014 Under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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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너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다비드’·‘피에타’,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유명한 조각(彫刻) 작품이다, 사진으로만 보는 이들 명작 말고도 공원이나 미술관은 물론 큰 빌딩의 입구나 공공건물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조각 작품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미끈한 대리석, 곱고 세밀하게 다듬은 화강암, 차갑고 절제된 스틸 재질 등으로 제작된 조각작품들은 평면회화와는 또 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우리 지역에 꽤나 거센 문화충격이 가해졌다. 마산 돝섬과 중앙부두, 창원시립문신미술관, 창동 일대를 무대로 지난달 25일 개막돼 진행 중인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진원지다. 비엔날레에서는 김치 담그기나 조각보 만들기 등의 공동작업,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방송 좌담, 플래시몹, 쇠퇴한 전통시장에 시스루(Seethrough) 입히기, 시민참여형 프로젝트, 각종 길거리 퍼포먼스 등이 작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또 기존 건축물을 리노베이션하고, 철거를 앞둔 건축물 등도 조각의 대상이자 작품이 됐다.

    앞서 얘기했던 조각을 이른바 ‘전통 조각’으로 규정한다면, 비엔날레에서 진행되고 있는 희귀한(?) 것들은 어떻게 조각의 영역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비 엔날레 조직위는 개막에 즈음해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는 그동안 한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 온 공공미술, 커뮤니티아트의 가능성을 마산합포구라는 장소 특수성에 접목해 ‘예술의 사회적 실천’을 실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비엔날레 주제인 ‘월영’(月影)처럼 지역민들의 삶 안에 스며드는 미술의 특이성을 조각의 범주에 포함해 보여 준다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는’ 조각을 기대했거나, 막연히 형상을 떠올렸던 사람들은 ‘예술의 사회적 실천’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게 무슨 조각이고, 예술이냐”는 비판이 있은 것도, 지금도 잔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작품으로 행해지고 있는 알쏭달쏭한 각종 프로젝트들은 ‘사회적 조각’의 틀에 넣고서야 다소 조각과 관련이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조각’은 독일 태생 요셉 보이스가 출발점이다. 그는 각종 전위적인 조형작품과 퍼포먼스를 발표해 ‘사회적 조각’이라는 개념을 세우고 행동적인 예술관과 자유 지향으로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불에 탄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구리, 펠트천, 기름덩어리, 뼈, 등을 소재로 작품을 발표했다. 1960년대에는 백남준 등과 전위예술 단체 플럭서스(Fluxus)에서 활동했다. 죽은 토끼를 안고 약 2시간 동안 미술관의 그림을 토끼에게 설명하는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것인가’ 퍼포먼스는 그의 예술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작으로 꼽힌다. 요셉 보이스는 고정된 예술 개념을 거부하고 자유를 지향했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는 말을 남겼는데, 누구든 모든 직업에서 잠재적 창조자로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든 삶의 형태를 예술 작업의 일부로 생각한 것이다.

    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은 마산합포구의 과거·현재·미래는 물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예술의 대상으로 또는 예술의 주체로 보고 있다. 행해졌거나, 행해지고 있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는 ‘사회적 조각’과 맥(脈)을 같이한다. 마산합포구는 현재 예술의 향기가 달빛처럼 환하고 가득 내려앉았다. 조금만 참여하고, 즐기려고 작정하면 손에 넣을 만큼 낮고 가깝게. 당신은 어쩌고 있나요.이문재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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