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문화기획] 창원조각비엔날레 참여작가 8인을 만나다

Posted on November 4, 2014 Under 뉴스
  • 2014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오는 9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월영’(月影·달그림자)을 주제로 지난 9월 25일 개막한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전통 조각’은 물론 이를 뛰어넘는 공공미술과 커뮤니티아트의 가능성을 시도해 지역문화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비엔날레에는 한국, 몽골, 베트남, 이란,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태국, 타이완, 파키스탄 등 아시아 11개국 작가 42명(팀)이 참여해 돝섬과 중앙부두, 창원시립문신미술관, 창동 등 마산합포구를 무대로 작품을 진행했다. 작가들은 지역민의 삶 안에 스며드는 미술의 특이성을 조각의 범주에 포함해 보여주고, 이를 통해 릫마산합포구, 넓게는 옛 마산의 모습을 지켜가는 것이 무엇인가릮에 대한 진솔한 메시지를 남겼다. 몇몇 작가에게 마산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이런 것을 물었습니다

    ① 어떤 프로젝트(작품)를 진행했습니까?

    ②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는지요?

    ③ 전하려고 한 메시지는 지역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어떤 결과물을 도출했습니까?

    ④ 작업 과정에서 느낀 것은 무엇입니까?

     

    ◆천경우 작가

    ① ‘Place of Place’는 시민들과 협력해 완성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거리에서 진행한 퍼포먼스 과정과 그 귀결로 형성되는 일시적 조형물, 그리고 오브제로서 구상된 지도 책으로 완성됐다. 참가자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도시(창원)의 지리적 형태를 하나의 선으로 그릴 것을 주문했다.

    ② 각자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성, 일상의 공간에 대한 인식의 환기에 무게를 뒀다. 릫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과의 관계’, 타인이 아닌 나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해 본 것이다.

    ③ 각기 다른 차이로 인해 결과로 드러난 큰 집합적 조형물이 하나의 유기체 같은 의미로 드러났다. 자신이 매일 무의식적으로 보내는 공간과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재인식을 유도했다.

    ④ 사람들은 현대예술에 가까워지기 어렵다거나 자신의 내적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그러한 모습은 별로 없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유도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숨겨진 무의식 속 내면을 드러내기도 하고 그 드러난 자신의 모습과 새로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옥정호 작가

    ① 창동예술촌 전광판을 통해 상영된 ‘replay’라는 퍼포먼스 동영상을 제작했다.

    ② 작품은 어머니의 기억으로부터 출발한 비디오 영상으로, 어머니의 기억 속에 ‘오동동 다리’를 찾아갔고, 그 기억과 많이 달라져 있는 또 다른 ‘복원공사’를 보고 의미 없는 역사의 되풀이 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다.

    ③ 창동예술촌을 지나는 사람들이 평소와는 다른 이미지가 나오는 것에 기본적으로 흥미를 가지고 쳐다보고, 그리고 그 영상들이 1분30초 동안 같은 행동을 의미 없이 반복하는 것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 잠시나마 영상을 보고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④ 마산, 창원이라는 지역은 어릴 적 명절마다 시외버스를 타고 친가, 외가를 찾아 자주 다니던 곳이었다.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내야 할 때, 막연히 어릴 적 추억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다른 것들을 찾아봐야 했고, 또 그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김월식 작가

    ① 마산 창동 부림시장 상인들과 인근 지역민들 삶의 희망과 소원을 담은 종이박스 부처(시장불)를 제작했다. 65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40일 동안 만들었는데, 소통과 상호작용이 가장 큰 재료이자 장치로 사용됐다.

    ② 시장불(市場佛·Market Buddha)은 근대화와 산업화 민주화의 과정에서 억압됐거나 내재됐던, 혹은 소외됐던 것들이 마당으로 나와 서로를 마주하며 보여주고 비춰주는 부처이면서 행복한 오늘과 내일을 위하여 열심히 자기 삶을 살고 있는 개인의 모뉴멘트다.

    ③ 부처라는 이미지가 주는 종교적 아우라와 종이박스라는 재료가 주는 삶의 파편들이 합쳐져 지역민들에게는 다양한 영감과 감상 포인트를 제공한 듯하다. 시민들이 본인의 삶에 중요하게 작동되는 희망과 소원들을 적는 과정에서 지역과 개인의 삶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다양한 삶의 조건들이 건강하고 긍정적인 신호였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④ 작업은 늘 현장의 목소리와 만나서 방향과 조건들이 완성된다. 시장불은 40여 일의 작업 과정을 목도한 많은 마산 시민들의 시선을 저장한 부처이면서 그들 삶의 애환을 복장한 부처이기도 하다.

     

    ◆박경주 작가

    ① 부림시장 지하 행복시장 빈 점포 한 개를 시스루 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혔다. 여기에는 동영상 인터뷰를 진행한 5명의 인터뷰를 비디오 설치 작품으로 보여줬다.

    ② 마산에서 지역미술과 재래시장의 부활이라는 명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고민돼 왔다. 창동예술촌과 공예촌에 많은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이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③ 마산합포구에는 예술적 시도를 위한 다양한 자원이 이미 존재한다. 작업을 통해 기존 자원에 대한 새로운 예술적 접근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④ 합포구에는 자원이 많은 만큼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서로 소통한다면 앞으로 다양한 예술적 시도가 가능하다고 느꼈다.

     

    ◆이원호 작가

    ① 한때 원도심이었던 마산합포구 추산동 거리. 쇠락과 함께 더 이상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지 못하고 전혀 다른 기호로써 환원돼 버린 낡은 간판들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해 교체했다.

    ② 현대적이고 깔끔한 간판들과 셔터를 굳게 내린 채 내걸려진 빚 바랜 간판들은 거리의 일상과 현실의 간극을 단명하게 보여줬다.

    ③ 모든 도시는 철저히 이윤을 지향하기 마련이다. 도시 정책이라는 게 누구에게나 순기능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어쩌면 이러한 역기능의 당위성을 우리 스스로가 만들며 그것을 필연이라고 간주할지도 모른다.

    ④ 어떤 필연적인 질서에 제동을 걸거나 부정하고, 고착화되어 가는 어떤 대상들 또는 당위성을 흔들어 보는 것이 무의미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무뎌진 현실에 대한 각성제 역할을 기대한다.

     

    ◆허태원 작가

    ① ‘미싱을 따라서’는 추산동에서 미싱 수리를 하는 한 할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미싱의 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이다. 미싱과 미싱공들 그리고 섬유산업이 마산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② 되도록 많은 분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의 공통된 얘기를 보여주고자 했다. 집에 옛날 미싱을 가지고 있다든가, 한일합섬에서 근무했다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거나 공감을 느꼈을 때 보람있었다.

    ③ 옛날 한일합섬이나 경남모직 등의 공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그곳에서 근무한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기를 바란다. 미싱은 마산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와 역사에서 중요한 기계이자 당시 미싱공들은 우리나라 경제의 기반을 만들었다.?

    ④ 많은 사람들이 마산의 쇠락과 도심공동화 원인을 제조업의 이탈에서 찾는다. 하지만 마산이 가졌던 것은 제조업만은 아니기에 공통의 기억을 만드는 것. 그것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 여러 가지 얘기들과 기억들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원석 작가

    ① 달빛이 창을 통해 들어오듯 기억을 담는 창이라는 의미로 ‘달의 창’을 마산중앙부두에 설치했다.

    ② ‘소통’을 얘기하고 싶었다. 높이 55m의 사일로는 옛 마산이 전국 7대 도시로 번성하던 시절부터 중앙부두를 대표하는 지역 산업화의 상징물이었다. 하지만 가동을 멈춘 지금 사일로가 철거대상이 되어 사라지는 것이, 소통이 단절된 지난 시대와 현 시대의 모습처럼 보였다. 작품을 통해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새로운 세대와 다시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길 바랐다.

    ③ 무언가와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때로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노력이 예술이 삶 속으로 깊게 들어갈 수 있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한다.

    ④ 내 삶속의 일부였던 무엇인가가 예술로서 다시 나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또 다른 기억을 만드는 것.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마산으로부터 배운 것이다.

     

    ◆Antenna(안테나는 일본 교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그룹으로 이번 비엔날레에 2명이 참가했다)

    ① 풍요로운 생활 뒤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눈을 돌려 대량의 쓰레기나 폐기물을 이용해 높이 6m, 전장 12m의 큰 배를 제작했다.

    ② 일본은 아직 경제와 물질적 번영을 목표로 헌법 개정이나 자위권 확장 등 우경화(右傾化)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 정세 속에서 한국에서 일본인인 우리가 작품을 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④ 종종 무력화하고 말았던 일본인들의 삶의 모습에 의문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마산에서는 사람들이 사는 활력에 압도됐다. 마산이 쇠퇴해 가고 있다고 들었는데 매일 시장을 통과해 제작 현장으로 갔다. 채소나 해산물을 매매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중요한 것은 예술보다 오히려 일반 사람들이 매일 생활 속에서 만드는 동네의 에너지가 아닐까? 그것이 가장 귀하고 지켜야 하는, 그리고 키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문재 기자 mj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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