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영
성산아트홀
정서영,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 2022, 브론즈, 조각, 약 240 × 61 × 44 cm, 작가 및 바라캇 컨템포러리 제공

<주먹 vs. 손가락> 드로잉 시리즈 중 하나를 조각으로 만든 <어디에서 왔는지 모른다>는 드로잉이 가지는 특유의 시간성이 물질적인 조각이 되는 과정과 순간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정서영은 이번 전시에서 성산아트홀의 교육실로 쓰였던 공간을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조율한다. 작가는 교육실 내 방송 스튜디오로 쓰였던 마루를 연장하여 다락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이를 조각을 바라보는 눈높이로 삼는다. 이러한 변주는 공간과 조각을 새로운 스케일로 대면시키며 관객은 작가의 조각, 어두운 유리를 통해 반사되는 실내외 공간을 겹쳐보게 된다.
 
성산아트홀
정서영, <목화밭>, 2011, 나무, 조명기구, 유리컵, 가죽벨트, 약 140 × 350 × 150cm

<목화밭>의 제목은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희곡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에서 따온 것이다. 희곡에는 서로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두 사람의 거래와 대립 속 갈등이 담겨있다. 정서영은 희곡 속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주체가 섞이고 부딪히듯이, 어두운 공간 속 조명의 흰 빛으로 인해 사물과 공간이 뒤섞이는 순간을 작업을 통해, 정서영의 표현을 빌려 “있게” 한다.
 
성산패총
정서영, <세계>, 2019, 2채널 비디오, 10분 25초, 가변크기, 바라캇 컨템포러리 제공

정서영은 조각,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조각과 포착되지 못한 순간과 장면을 목도하며, 이를 현실에서 마주하게 한다. <세계> 작업에 등장하는 두 개의 호두 조각은 유토로 캐스팅되어 공간에 놓였다. 호두 조각은 빛과 소리, 시간에 따라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아주 조금씩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정서영의 <세계>는 성산패총 야철지의 시간과 결부된다. <세계>는 공간과 소리, 삼한시대라는 먼 시간대부터 오늘을 아우르는 또 다른 일촉즉발의 순간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