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노 JE 김, 에바 에인호른
성산아트홀
쥬노 JE 김 & 에바 에인호른, <자신만만한 무지의 달인>, 진공청소기, 실크, 커튼 태슬, 마네킹, 쇠막대기, 35 × 35 × 155 cm

청소기 형태를 기본으로 하는 이 조각은 공간을 가로질러 움직인다. 바닥을 따라 끌리는 실크 가운과 함께 무선 진공청소기를 사용하는 등 재료의 혼합이 유머러스하다. 청소기 조각이 입은 이 의상은 지친 교육자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학생을 위한 가운이다. 북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두 작가는 ‘자신감 무지’라는 오묘한 학습 단계를 제시하며 아카데미 학장과 청소 노동자 사이를 오가는 캐릭터를 조각화했다. 이 청소기 선생 조각은 성산아트홀 입구에서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대표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건물 청소와 관리 유지, 운영을 책임지며 오간다.
 
성산아트홀
쥬노 JE 김 & 에바 에인호른, <휴식-중심 교육을 위한 매듭 커리큘럼>, 2024, 도자기, 접착제, 가변크기

작가가 직접 제작한 이 도자기는 “내일의 유리창을 또 누가 닦을 것인가”라는 문장을 뜻한다. 2016년에 출간된 시인 최승자의 시집 『빈 배처럼 텅 비어』의 한 구절에서 착안했다. 두 작가는 김혜순 시인의 시어에서 차용한 “큰 사과가 소리없이”라는 비엔날레 제목을 생각하며 김혜순 시인의 동료인 최승자 시인의 문장을 도자기로 제작했다. 필기체로 쓰인 이 문장은 매듭이 풀리거나 묶여있는 상태를 암시한다. 도자기 글자는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상태로 특유의 다공성을 유지한다. 두 작가는 유리창을 닦고 매듭을 푸는 일상적 행위에서 ‘배움’을 보았다. 둘은 도자기가 지닌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성격, 각 글자/사물이 가진 고유한 개별성에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