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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와 비엔날레

김효영 공간 힘 큐레이터 날짜 : 2020.10.27 조회수 : 1,674

언택트와 비엔날레

김효영(공간 힘 큐레이터)

  

  

언택트 시대의 2020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글을 요청받았을 때 들었던 질문들이 있었다. 현시점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전시를 경험할 수 있을까, 그리고 비대면 상황 속에서 관객은 ()조각을 어떻게 관람할 수 있도록 고민했는가. 이런 의문들을 가지며 기존의 미술관, 비엔날레의 언택트 전시 관람 방식에 대한 부분에서부터, 2020창원조각비엔날레의 전시 관람 경험에 대한 부분들을 되짚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빗금 치고 나니 결국 하나의 연속된 질문이 남는다. 10주년을 맞이한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의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뉴노멀 시대에 비엔날레 전시의 형식적 대응 이전에 창원국제비엔날레가 담보해야 할 고민들은 어떤 것일까.

 

전례 없는 국제행사 비엔날레의 제동

코로나 19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등장한 언택트, 뉴노멀, 팬데믹이라는 용어는 일상 전반에서 다가오고 있다. 마스크 없이는 평범한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코로나 이전의 경험과 일상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속에서 현장성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 문화계는 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국공립 시설들은 장기적인 휴관 조치, 국제적 비엔날레 행사는 해외작가의 입국이 제한되면서 작품수급이나 행사 전반을 내년으로 연기하기까지 이른다. 베니스비엔날레를 비롯한 헬싱키비엔날레, 리버풀비엔날레 등의 해외비엔날레와 국내의 경우 광주비엔날레,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반면 부산비엔날레와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예정대로 9월 개최를 유지했다.

 

온라인 콘텐츠의 일방적 방향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전까지만 해도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던 온라인 전시나 VR 콘텐츠, 3D 관람 콘텐츠는 오프라인 전시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비엔날레와 페어 행사들은 오프라인을 대체할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온라인 전시개막, 뷰잉룸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의 미술 감상법이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유튜브를 활용한 전시 투어 영상, 실제 전시장 동선을 따라가며 작품을 선택해서 관람할 수 있는 3D 콘텐츠 등이 주된 방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코로나 19시대를 극복하려는 예술적 대응이라던가, 온라인 환경에서의 새로운 영향력을 펼칠 것으로 많은 기대를 내걸며 미술관, 비엔날레 행사에서 주로 채택되고 있다. 하지만 이조차도 비슷한 형식과 콘텐츠로 변별력을 가지기란 어렵다.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또한 급박한 코로나 상황에 따라 관객 없이 온라인 개막을 하게 되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출범 10주년을 맞이하는 주요한 시기적 상황을 맞아 비엔날레의 미래 향방을 준비해야만 하는 일을 방기할 수는 없기 때문에 온라인 프로그램을 중점으로 개편하여 개최했다. 이에 총감독은 개막식과 국제학술컨퍼런스의 사전 녹화, 세밀한 해외 작품 운송 계획, 메시지의 철저한 통번역 작업, 리플릿, 가이드북 등 종이 인쇄물의 e서비스 준비 및 홍보대사 진선규의 오디오 가이드 최초 진행, 창원조각비엔날레 관람객을 위한 VR 영상 도입 등을 추진한다.”1)고 밝혔다.

 

여타의 미술관과 비엔날레 전시가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창원조각비엔날레 또한 유튜브를 활용한 시민 강좌, 컨퍼런스 영상과 온라인 전시를 공개했다. 그러나 온라인 관객이 누구인지, 관객의 참여 방식은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면밀하게 고려되지 않은 채, 강좌 및 전시를 온라인 플랫폼상에 플랫하게 옮겨놓은 방식이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어 오프라인 전시가 개최되지 못할 수 있었던 상황을 고려한다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전시를 경험할 수 있는 플랫폼이나 온라인 환경을 이용해 관객이 참여, 개입할 수 있는 모델로서의 콘텐츠나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엿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온라인, 언택트 상황으로 오디오 가이드와 가이드북 e서비스는 진행되었지만, 실제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 작가에 대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인쇄물은 없었던 점도 아이러니하다. 그 때문에 전시장 내에서 다시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가이드를 듣거나, 다시 웹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들이 뒤따른다.

 

언택트, 그 이전에 비엔날레의 의의

전 세계적으로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 속 언택트 문화에 대한 고민은 진행형일 수밖에 없다. 본질적인 것은 비엔날레가 어떤 가치와 목적을 두고 개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들이 선제 되어야 한다. 즉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당대 이슈에 어떤 역할로서 반응하고 가능할 것인지, 동시대 조각에 대한 질문과 쟁점들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그 존재에 대한 당위가 서 있어야만 변화되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와 방식들이 자리 잡을 수 있다.

 

출범 10주년이 된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비조각이라는 개념의 세 가지 측면을 가져오면서 조각의 자기부정자기반성의 담론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시는 매체, 형식, 재료, 내용적인 측면에서 모두 탈색(혹은 중성화)시킴으로써 어떤 것이든 ()조각이 되는 것으로서의 작품들을 나열시킨다는 인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즉 조각의 자기부정과 자기반성의 담론을 제시한다기보다, 형식, 내용의 일반적인 다양성을 부각시키는 것에 그친다. 이는 전시 속에서 자연과 풍경, 건축이 조화를 이룬 비조각적 조각, 미디어 조각, 관객참여형 조각 등의 다양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개념들의 맥락이나 연관성 들은 드러나지 않고, ‘모든 조각적 형식들을 아우르는 것의 개별적인 것으로 남는다. 이처럼 전시 속에서 , , 공기, 바람 등 비물질과 생태, 에너지, 테크놀로지 등2)을 아우르는 비조각, “설치, 퍼포먼스 등 반조각적 속성과 교류하면서도 조각적 본질을 버리지 않는 조각으로서 비조각은 전통적 조각에 반하는 것으로서의 현대 조각 일반에 대한 의미 이상을 가지기란 어렵다.

 

그 때문에 비엔날레 형식의 전시로서 드러내는 주제적인 측면은 현재 시점에서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 내용적 차원에서 아쉬움을 뒤로 하더라도, 창원이라는 도시의 공간, 장소성을 드러낼 수 있는 조각적 시도와 실험으로서 전시의 작동 방식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올해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역대 가장 많은 참여 국가의 작가와 창원 지역 작가가 참여했다고 하지만, 주제, 형식적 차원에서 당위성은 담보되지 못한 듯 보인다. 오히려 해외 작가의 작품들에 대한 집중보다 공모 형식으로 진행된 창원 청년 작가들의 작품들을 짜임새 있게 실험해보았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10주년을 맞이한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의의와 창원국제비엔날레가 담보해야 할 고민은 어떤 것일까. 이러한 질문은 해답은 어쩌면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개최하고자 했던 이유에서 다시금 찾아볼 수 있겠다. 출범 10주년을 맞이하는 주요한 시기에 창원조각비엔날레의 미래적 향방을 모색하는 일은 자기반성과 자기부정으로서 비엔날레의 당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지점들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비엔날레라는 행사의 의의는 역대 최고의 참여 국가 수, 역대 최대의 지역 작가 비율이라는 수치적인 성과가 아닐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창원이라는 도시와 지역사회, ‘조각이라는 매체와 주제 의식, ‘비엔날레의 존재 방식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호출해야 할 때이다.

 

 

1) 이수민, “창원조각비엔날레,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언택트와 온라인 개최”, <데일리무브>,

2) 비조각과 조각_김성호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창원조각비엔날레 유튜브 영상 속 내용 발췌. 이하 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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