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캠프 날짜 : 2020.09.28 조회수 : 1,389
로그캠프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리뷰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개최를 축하드립니다.
이런 뜻 깊은 전시의 비평 웹진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기회를 주신 기획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대안공간 로그캠프 운영진은 이번 조각비엔날레 전시를 세 가지의 관점으로 관람을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에 전시를 봤을 때는 가볍거나 유연하거나, 비조각 등의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시각적으로 어떤 맥락이 다가오는지 먼저 보았고, 그 이후에는 전시 설명을 살펴보면서 어떤 의도로 작품을 나누어 두었는지 왜 이 작가의 작품을 선택해서 이 공간에 가져다 놓았을지 세부적인 기획 의도를 파악하면서 보려고 했습니다.
세 번째는 온라인 전시는 어떻게 준비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온라인 관람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온라인 전시 영상과,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여 시민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비엔날레를 어느 정도까지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을지 직접 관람한 경험과 비교하면서 관람자의 입장으로 보완하면 좋을 점을 짚어보았습니다.
목차 1. 첫 번째 관람 1) 작품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2) 가성비 3) 지역의 시어머니들 4) 야외 전시 2. 두 번째 관람 1) 제목이 주는 공포감-비조각 2) 반전 재미 가볍거나-유연하거나 3) 로컬컨텐츠 3. 오디오 가이드와 온라인 컨텐츠 1) 형이 왜 거기서 나와? 2) 플랫폼의 통일
마치는 글 |
1. 첫 번째 관람
1) 작품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대형 미술 전시를 본다는 것 자체는 너무 신이 났지만 한편으론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으로 인해 하루 빨리 비엔날레를 선보이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과 다들 궁금해 하고 있는 이 전시를 우리만 본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우선은 사전 정보를 배제한 상태에서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이번 비엔날레의 첫 인상을 느껴보려고 했다.
첫인상은 템포가 굉장히 빠르지만 쉼표는 적은 악보를 보는 느낌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작품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해 보였다.
작품을 다방면으로 감상하고 싶어도 시야에 다른 작품이 쉽게 들어오는 것이 관람의 템포를 빠르게 만들었다. 작품 수는 압도적이었지만 공간의 한계가 전시 전체의 완성도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2) 가성비
반면에 많은 작품을 단시간에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에는 감사했다.
올 한해 문화 행사가 많이 취소되고 전시 관람의 기회가 많이 줄었는데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이 좋았고, 무엇보다 체력적으로 감사했다.
작품을 유치하는데 애를 많이 쓰셨을 것 같다. 기획팀의 노고가 느껴졌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축적된 피드백이 잘 반영된 느낌도 많이 받았다. 작품도 기획자도 비평웹진과 그리고 교육프로그램 어느 것 하나 편향되지 않고 고루고루 아우르는 다양성이 많이 존중된 전시였다.
바쁜 일상에서 단시간에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표현이 고급스럽진 않지만 관람자의 입장에선 가성비가 아주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3) 지역의 시어머니들
아마도 그러지 않았을까 추측하건데,
비엔날레 준비에 있어 시어머니들이 많은 것 같다. 작품이 적다, 많다. 예산 편성이며 참여 국가에 대한 피드백, 비엔날레 전시의 범위가 넓다, 좁다 등.
마산 창원 진해 곳곳에서 비엔날레를 진행하였을 때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최다 국가 최다 참여 작가의 이번 전시가 공간의 한계와 부딪치면서 작품 간의 거리를 좁힐 수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지역의 의견들을 충실히 반영해 주었지만, 그리고 지역의 목소리가 필히 반영되어야 하지만 기획 의도를 최선의 결과로 끌어내기 위해 기획팀의 자율성이 일부 필요한 지점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언급되었던 비엔날레 이후 피드백들을 수용하고자 했던 노력들이 많이 보여서 많은 고민과 수고로움이 있었을 것이라 느껴졌다.
4) 야외 전시
날씨가 좋아서 야외 전시 관람하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평일 오후의 공원은 한적했고 시원한 바람과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이 기분을 한껏 고조시켰다. 가을에 비엔날레가 개최되어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다.
작품이 공원이랑 잘 어우러지는 작품들도 있었고 익숙하게 보던 작품들도 있었다. 그것들은 유명해서가 아니라 이전의 비엔날레를 통해 축적된 작품들이었다.
야외 전시 또한 기존의 작품들로 인해 작품관람의 템포를 빠르게 만들었다. 공간이 확장되었음에도 작품의 부피 또한 커지면서 그만큼의 작품들 간의 간격이 더 존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산책을 하면서 작품을 발견하고, 바라보고, 사유하고, 다시 다른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 요소들이 조금 감소한 느낌이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푸른 잔디밭과 청명한 가을 하늘과 어우러진 작품은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로그캠프 운영진들에게 공통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도시 속에 공공미술, 조형물들이 흉물이라는 혐오성 짙은 발언에 가치 폄하되고 있는 현실이 굉장히 안타깝다. 비엔날레 이후 대형 작품들을 축적만 해서는 문제가 생긴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향후 역사가 지속되려면 이 부분에서는 명확한 해답을 내려야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창원시 예산으로 구매했다,’ ‘이 작품이 창원시의 자산이 되었다’로 마무리 된다면 결국 작품의 가치와 효용을 발휘하지 못하고 폐기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또 한 명의 시어머니가 되어버린 것 같지만 진심으로 비엔날레 이후의 작품들의 행보에 대해서 깊이 고민해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2. 두 번째 관람
1) 제목이 주는 공포감-비조각
비조각이 메인 주제로 나오면서 관람자 입장에선 어렵게 느껴졌고 겁을 먹게 했다.
한동안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제목들이 어렵다는 인식과 거부감을 준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비엔날레가 사실 좀 어려워야 하고 시대를 앞서가는 아방가르드한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해야 하며, 시대적 담론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이 필요한 지점도 있다지만 관객 입장에선 step by step가 필요하다.
한편으론 비조각의 담론이 이제 일반적인 어느 지점에 있다고 느꼈다.
비-조각이 ‘반 개념’의 사유를 끌어들였다면 한 단계 더 비범한 ‘반’ 개념의 등장을 기대했다.
현대 조각에선 꽤 오랜 시간 비-물질적인 질료를 통한 작품들이 선보여졌다. 이제 일반성을 띄는 이 비조각과는 다른 새로운 무엇인가 나와야 할 지점이 아닐까?
2) 반전 재미 가볍거나-유연하거나
하지만 생각보다 무겁지 않은 전시장의 분위기는 어려운 미술에 대한 불안을 안심시키는 반전과 재미 요소로 다가왔다. 조각이라 하면 무겁고, 부피가 거대한 딱딱한 물성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로 형태를 이루는 작품들이 생각의 유연함을 유도하면서 전시 관람을 즐겁게 하였다.
한편 비엔날레 주제로 강조하고 있는 ‘유연하거나’는 소재의 플랙서블한 느낌이 먼저 떠올랐는데 전시에서 직접 만지고 유연함을 즐기는 부분을 발견하지 못했다. 오감 중 촉감을 자극하는 그 무엇이 아쉬웠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프리뷰로 관람을 진행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관람객에게 허용되어 있는지에 대한 현장 가이드가 없어서 조심스러웠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하향되어 오프라인 전시가 개방이 된다면 관객과의 접점이 이루어지는 부분은 더 준비되어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3) 로컬 컨텐츠
전시에 있어 로컬적인 것들은 지역민의 관심과 사랑을 이끌어 내는 중요 요소라고 생각한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의 아는 빵집의 등장은 상상 이상의 신선함이었다. 프리뷰로 진행된 관람에선 직접 빵을 굽는 퍼포먼스는 행해지지 않았지만 빵 냄새가 가득한 전시장, 그 따듯한 냄새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식스센스를 자극하는 또 다른 작품의 요소로 다가왔다. 그것이 이번 비엔날레 ‘비조각’이라는 주제에서 기대하던 그 무엇에 가까웠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작가에게 국제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하고, 지역민을 하나의 담론으로 모이게 만드는 것이 창원조각비엔날레가 가지는 지역에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작가와 지역 기획자들 자체가 이번 비엔날레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낸 로컬 컨텐츠라고 생각는데 이번 비엔날레는 로컬 컨텐츠를 채워 넣기 위해 억지 스토리텔링을 하지 않아서 오히려 속 편했다.
3. 오디오 가이드와 온라인 컨텐츠
1) 형이 왜 거기서 나와?
비엔날레의 홍보대사로 배우 진선규의 등장은 왜 이리도 반가웠을까?
평소 배우 진선규에 대해 크게 관심 있지 않았지만 최근 진선규라는 배우의 이미지는 친근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중한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일까 그가 들려주는 오디오 가이드는 더욱 귀에 쏙쏙 들어오고 편안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목소리의 성우가 읽어주는 딱딱한 작품 설명이 아닌 다소 긴장한 듯 또박또박 읽어주는 그의 목소리에 괜스레 더 귀 기울여 듣게 되었다. 배우 진선규가 어떻게 홍보대사가 되었는지는 몰라도 다소 생소한 조각비엔날레를 시민들에게 더 흥미롭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할 것 같다.
2) 정보 제공 플랫폼의 통일
코로나가 앞당겨 온 현실이라지만 온라인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해서 전시를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는 시스템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되어 왔고 활용해 왔었는데 창원은 선진 시스템의 도입이 안 되는 것 같아 그동안 관람자로 답답한 부분이 있었다.
담당자의 답변으로는 온라인으로 제공한 전시 내용들이 코로나 상황 이전부터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하셨으니 조금 더 편리하고 알차게 비엔날레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2차 비평 웹진 원고가 마감될 시기에 온라인 전시에 대한 컨텐츠들이 순차적으로 오픈된다고 공지를 보았다. 이미 비엔날레가 개최된 시점에서 누군가는 실망감을 가지고 스쳐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홈페이지, 오디오가이드, 유튜브로 흩어진 정보들이 찾아보기 귀찮아지는 지점들이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문화 행사들이 진행이 어려운 가운데 작품을 온라인 컨텐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으나 비엔날레 전용 어플이 준비되고 그것을 통해 비엔날레에 관한 정보들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면 편리하겠다고 생각했다.
마치는 글
우리도 리뷰라는 과제가 없었다면 이렇게 꼼꼼하게 전시를 보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가시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만 취했을 것이다.
꼼꼼하게 살펴보니 비조각의 담론, 거시적, 미시적 관점 등 모든 것이 의도가 있었던 섬세한 전시였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서 문화 예술과 삶의 거리가 멀어졌다고 느끼는 요즘, 많은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조각비엔날레가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인해 성산아트홀이 휴관에 들어가면서 오프라인 전시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지지 못하고 성산아트홀에 모셔 둔 작품들이 너무 안타깝고, 부대행사도 많이 준비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없어 너무도 아쉽다.
아마 오프라인 전시가 시행되더라도 관람 인원이 제한적이고 시간 제한도 있어야할 것이기 때문에 관람자들이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살펴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더욱 온라인 컨텐츠들이 꼼꼼하게 준비되어야 할 것 같다.
향후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그려본다면 비엔날레 기간 동안 여러 날에 걸쳐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전시, 성산아트홀이라는 공간을 넘어서는 전시, 그리고 비엔날레를 즐기는 시민들의 여유와 그것을 한껏 즐기는 문화 의식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