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한국의 비조각
성산아트홀 지하 1층
1980년 자신의 작업을 ‘비조각’이라 천명하면서 ‘비조각적인 실험 조각’을 탐구했던 선구적인 한국 조각가 이승택(1932~ )의 회고전 성격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1. 새끼줄, 밧줄, 어망, 헝겊, 천 조각, 머리털, 깃털, 돌멩이, 부표 등 각종 비조각적인 오브제를 조각의 재료로 삼아 만들어 낸 ‘비조각적인 조각 실험’을 선보이는 ‘조각적 설치’ 혹은 ‘설치적 조각’
2. 세찬 바람을 맞닥뜨린 채, 커다란 붉은 천을 휘몰아치듯이 날리는 퍼포먼스를 비롯해서 불타는 그림을 한강에 흘려보내는 퍼포먼스, 드넓은 대지를 캔버스 삼아 색을 칠하는 대지 페인팅 퍼포먼스 등 여러 유형의 퍼포먼스에 관한 영상 작품과 아카이브
3. 바람, 공기, 물, 불, 흙으로부터 싹트는 동양적인 ‘비물질의 미학’을 드러내는 다양한 작품들과 아카이브
4. 부대행사로 마련된 국내 학술 컨퍼런스 ‘이승택 - 한국의 비조각’으로 특별전 조명
전시는 이승택의 예술 세계를 포괄하는 재료와 모티브, 주제와 연대기에 따른 다종다양한 작품들을 공간이 지닌 물리적 특성과 맞게 구성하였다. 관람객은 과거 웨딩홀이 지닌 장소 특정성을 배경으로 작품이 지닌 독보적 아우라를 지루하지도 보수적이지도 않은 새로운 전시장에서 접하게 된다.
전시장 입구와 닿아 있는 제1전시실은 높은 천장에 두 면이 큰 유리벽으로 되어 있어 매우 밝고, 확 트인 장방형의 공간이다. 이승택의 작업 중 천장에서 바닥까지 드리워진 붉은 천 작업 ‘바람’과 공중에 매달린 ‘오브제 드로잉 캔버스’ 등 ‘자연의 운율’을 교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여기에 위치한다. 제2전시실은 웨딩홀에서 예식이 이루어졌던 가장 크고 화려한 장소로, 작가가 평생을 통해 실험하고 양식화한 비조각적 오브제와 사진 작업들이 관계를 이루고, 나뭇가지와 한지로 이루어진 대형 설치 작품이 공간 끝의 거울 벽 전면에 비춰 이미지와 실체가 공존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다. 마지막으로 웨딩홀 우측의 작은 룸은 제3전시실로 작가의 예술 세계에 있어 아카이브의 필연성을 강조한다. 이는 기록물이나 매체의 자료로 확인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세계를 회고하는 인터뷰 영상과 더불어 사진 자화상과 콜라주, 프로젝트 작품의 평면 드로잉, 과거의 작업과 현재의 신작들이 상응하여 극화된 공간을 연출한다.
✱ 창원문화재단은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본전시2 ‘비조각으로’가 열리는 성산 아트홀의 지하 1층 유휴 공간 ‘성산아트홀 뷔페’를 리모델링하여 두 개의 특별전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특정 장소로 치환하였다. 주방과 홀, 결혼식장 등 크게 세 가지 성격으로 구분되는 뷔페 공간은 청소와 안전 점검, 필요에 따른 최소의 벽면 파티션과 조명 설치를 통해 도시 재생의 문화 공간인 2020창원조각비엔날레의 특별관으로 탈바꿈되어 창원 시민과 관람객을 맞이한다.